2010년 6월 1일 화요일

화대종주 그리고 서른 넷 새로운 시작 혹은 도전... 2부

2010년 5월 27일 부터 2010년 5월 29일까지

3일간의 기록

5월 27일 12:00-5월 27일 16:10

사진설명 : 노고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 노고단정상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었다.. 출입가능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 그래서 송신소 아래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둥 그냥 퍼넣는다는 느낌이라면 정확할까..

옆 가게에서 껌한통과 사탕한봉지를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화대종주를 시작한다..

 

묵직한 배낭에 어깨가 아파온다..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하면서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는 그간의 경험으로 그냥 무시하고 걷는다.

 

컨디션은 좋다.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라 그런지 따갑기까지 하다.. 그늘을 찾아 걷고 있으니 화엄사 일주문이 보인다.. 물론 어여쁜 아가씨가 직접나와서 반갑게(?)입장료 받고 있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일주문을 지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는다.

 

 

식당에서 출발한지 20여분 화엄사에 도착한다.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절안으로 들어가면 갈 수 있을까.. 옆으로 보이는 탐방로로 가야하나.. 그렇게 잠시 쉬면서 탐방로로 발길을 잡는다. 조용하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사람도 없다.. 대충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주중이라고 해도 코재까지 가면서 만난 사람이 스님두분하고 공원관계자 2명, 등산객 3명.. 마지막날 천왕봉에서 내려오면서 함께한 산님은 올라오면서 곰소리까지 들었다고 하더라만.. 정말 물소리와 새소리밖에는 안들린다..

 

 

거리는 7km. 시간은 약 4시간이 걸린은 거리.. 완만한 경사로 후에 급한 경사...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리된 길이라 그렇게 험하거나 위험하지는 않은 길.. 지겹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은 길들의 끝없는 이어짐.. 주변에 붙어있는 곰주의 플랭카드...

정말 곰이 있기는 있을까.. 가다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순간 혼자라는 생각에 더 자세히 설명문을 읽어본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또 오늘은 모르겠지만 내일가야 할길을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노고단에서 장터목장. 약12시간 거리..

 

그렇게 얼마간 올라가자 참샘터가 나온다. 잠깐쉬면서 물 한모금을 마신다. 시원하니 좋다. 여름이라 그런지 몰라도 또 어제 비가 왔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계곡에 물은 풍부하고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참샘터 이후에는 따로 샘터가 없다. 참샘터에서 물을 가지고 가던가 아니면 계곡물을 마시는 수 밖에 없다.

 

지도상에 중재라고 있던데.. 약 400미터를 올라야 한다.. 거리가 아니라 높이로.. 경사가 급해지는 구간이기는 하지만 적당히 페이스조절해서 올라가면 1시간 30분정도면 코재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30분 오르고 5분쉬고를 반복하며 결국은 코재에 오르니 잘 닥여진 길과 저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또 안보이던 사람도 갑자기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안내표지가 나오는데 계속 길을 따라 걸어도 노고단 대피소에 갈수 있지만 안내표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더 빨리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표지만에 적힌대로 길을 따라 갔다.. 물론 힘들지는 않았지만 지겨운것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바로 앞에 대피소가 있는데.. 돌아가는 기분은.. 그렇게 코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50분,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10분.. 바로 자리를 배정받고 가방을 내팽게치고 카메라를 들고 노고단에 오른다. 송신소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길로 향한다. 그렇게 송신소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지리산에 오는구나라고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잠시후 노고단을 향해 올라가는데 올라가는 길이닫혀 있다.. 탐방시간 10:00부터 15:30까지.. 아깝다..그냥 넘어 가 볼까도 했는데.. 국립공원이라는 그 타이틀이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그냥 아래에서 구경을 하고 올라온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노고단 대피소로 내려간다. 길이 고르지 않고 오르막이라 아침에 바로 오르기에는 힘들 것 같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옷도 갈아입고 바로 취사장으로 가서 이른 저녁을 해 먹는다. 함께 가져간 맥주와 함께 첫날 저녁을 먹는다. 볼품없는 즉석밥에 참치찌개와 라면사리가 모두이지만.. 기분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식탁에 앉아 내가 올라온 길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마시는 한 모금의 맥주... 이 맛에 산에 오는거지.. 순간 내 가슴을 꽉 누르고 있던 답답함이 사라진다. 나도 안다. 그것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도 즐길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

 

 

정리를 하고 담요를 받으며 관리하시는 분께 슬쩍 물어본다.. 장터목까지 얼마나 걸릴것 같으냐고.. 그분 자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신다.. "자네가 갈 수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라는 표정이다.. 순간 나도 긴장한다.. 새벽 3시에 출발하라고 하신다. 12시간 거리고 5시에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했던 나의 계획은 사라지고 새벽3시출발로 급격하게 수정된다. 또 그분 말씀으로는 7시까지 장터목산장에 도착해야만 한다고 하신다.. 전체적인 시간으로 계산하면 16시간이니 충분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처음가는 길.. 무거운 짐.. 어쩌면 제때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서 침낭과 침낭커버를 챙겨오기는 했지만..

 

자리에 일찍 누웠지만 오히려 정신은 더 또렷하다.. 또 대피소 좁은 공간에서의 답답함이 더 잠못이루게 한다.. 그렇게 뒤척이기를 반복하고, 화장실 핑계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잠시 잠이 들지만 이내 곧 깨고 만다..

 

3부에 계속